열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요?
패시브하우스가 시작되는 곳
‘단열이 잘 된 집’이라는 말은 많이 듣지만, 실제로 열이 어떻게 빠져나가고 어디서 결로가 생기는지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. 패시브하우스의 모든 설계는 이 물음에서 출발합니다.
01 열은 세 가지 방식으로 이동합니다
집 안의 따뜻한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경로는 딱 세 가지입니다. 전도, 대류, 복사. 각각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며, 좋은 단열 설계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고려합니다.
| 전도 (Conduction)
재료를 타고 직접 전달됩니다. 콘크리트 , 유리, 단열재 모두 이 방식으로 열을 주고받습니다. 재료마다 전달 속도가 다릅니다. |
대류 (Convection)
공기나 물이 움직이며 열을 운반합니다. 창문 근처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류, 벽체 안 공기층에서의 열 이동이 대표적입니다. |
복사 (Radiation)
공기 없이도 이동합니다. 난로 앞에서 바로 따뜻함이 느껴지거나, 창가에서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복사 때문입니다. |
일상에서 느끼는 복사 열손실
겨울에 창가에 앉아 있으면 히터를 켜도 유독 춥게 느껴집니다. 공기 온도가 충분해도 차가운 창 표면이 내 몸의 열을 복사로 빨아들이기 때문입니다. 이것을 평균복사온도(MRT)라고 하는데, 패시브하우스에서 창호 성능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MRT를 개선해 체감 쾌적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.
02 U값 — ‘단열 성능표’를 읽는 법
건축 도면이나 자재 사양서에서 자주 보이는 U값(열관류율)은 한 마디로 ‘단위 면적당 1시간에 빠져나가는 열량’입니다. 숫자가 낮을수록 열이 잘 안 빠져나가는, 즉 단열이 잘 된다는 뜻입니다.
U값은 아래 순서로 계산됩니다. 재료의 고유 성질인 λ에서 시작해, 두께를 반영한 R을 거쳐 최종 U값이 결정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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λ (람다)
열전도율 · W/mK
재료 자체가 얼마나 열을 잘 전달하는지의 고유값. 같은 두께라도 재료마다 크게 다릅니다. 낮을수록 단열에 유리합니다. |
R
열저항 · m²K/W
두께 ÷ 열전도율로 구합니다. 두꺼울수록, 전도율이 낮을수록 높아집니다. 높을수록 좋습니다. |
U
열관류율 · W/m²K
모든 층의 열저항을 합산한 뒤 역수를 취한 값입니다. 낮을수록 단열 성능이 우수합니다. |
한국의 일반적인 아파트 외벽 U값은 약 0.36 W/m²K 수준입니다. 패시브하우스 기준(0.15)은 그보다 2배 이상 단열 성능이 뛰어난 수준입니다. 같은 면적에서 빠져나가는 열이 절반 이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.
03 결로는 왜 생기고, 어떻게 예측하나요?
벽 모서리나 창틀 주변에 물이 맺히는 것을 결로라고 합니다. 단순히 보기 불쾌한 문제가 아니라, 장기적으로 곰팡이와 구조 손상으로 이어집니다. 결로는 표면 온도가 이슬점 이하로 떨어질 때 발생합니다.
건축가들은 이 위험도를 fRsi (표면온도계수)라는 수치로 판단합니다. 0에서 1 사이의 값이며, 1에 가까울수록 실내 온도에 가까운 표면 온도를 유지한다는 의미입니다.
- 실내 온도와 습도 조건을 설정합니다 (예: 실외-10°C,실내 20°C, 습도 50%)
→ 온도차 ΔT = Ti − Te = 20 − (−10) = 30 K - 그 조건에서의 이슬점 온도를 계산합니다 (위 예에서는 약 9.3°C)
→ 243.04 × [ln(φ/100) + (17.625·Ti)/(243.04+Ti)] ÷ [17.625 − ln(φ/100) − (17.625·Ti)/(243.04+Ti)] ≈ 9.3°C - 실외 기온을 반영해 최소 fRsi를 구합니다 (실외 –10°C 기준 → 약 0.64)
→ (9.3 − (−10)) / (20 − (−10))= 0.643 ≈ 0.64 - 설계한 벽체 또는 접합부의 실제 fRsi를 계산해 비교합니다.
- 실제 fRsi ≥ 0.64이면 결로 안전 구간, 미달이면 상세 디테일 수정이 필요합니다
패시브하우스 목표값
법적 기준(최소 fRsi ≥ 0.64)을 맞추는 것이 최소 요건이라면, 패시브하우스 설계에서는 fRsi ≥ 0.75를 목표로 합니다. 창틀, 벽·바닥 접합부 등 단열이 끊기기 쉬운 부위가 특히 취약합니다.
한국패시브건축협회 기준: 실내 표면온도 ≥ 12.6°C 적용
= (12.6 − (−10)) / (20 − (−10))=0.753 ≈ 0.75
04 벽 속의 습기
눈에 보이지 않지만, 공기 중의 수증기는 항상 실내에서 실외 방향으로 이동하려는 성질이 있습니다. 이 과정에서 벽체 안 어딘가에서 온도가 너무 낮아지면 수증기가 응결되어 내부 결로가 생깁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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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증기가 벽체 안으로 유입되는 것 자체를 막습니다. 내부 결로 예방의 첫 번째 수단입니다. |
혹시 안으로 들어온 수증기가 다시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줍니다. |
응결이 발생하는 지점이 단열재 바깥쪽이 되도록 설계 순서를 조정합니다. |
패시브하우스의 기본원칙
“안쪽은 막고, 바깥쪽은 열어라.” 실내 측에는 기밀·방습층을 두어 수증기 유입을 차단하고, 실외 측에는 투습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내부에 쌓인 습기를 내보냅니다. 글레이저 다이어그램은 이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도구입니다.